* 본 포스팅은 4주과정의 공중보건의사 육군훈련소 훈련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입영 통지서는 나왔고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 많은 고민을 해보지만

무엇을 해도 시원하지 않고 입대 하는 순간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입대준비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입대준비물을 챙긴다고 하니 와이프가 핀잔을 줍니다.

"남들 다가는 군대 나이먹고 가면서 유난스럽게 입대 준비물 따위가 뭐가 필요하냐고."

"현역병 다녀오는 젊은 애들이 보고 욕한다!!"


제가 답합니다.

"여보, 그건 알겠는데, 그들은 남이고 나는 여보의 남편이야.. (좀 너무 하지 않아?)"

괄호 안의 말은 입 밖으로 감히 내뱉지 못합니다.


일반 현역병사들도 다들 입대준비물 조금씩 챙겨서 입대를 하는지

입대준비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군입대 준비물"을 검색해봅니다.



많은 인터넷 상점들이 파워링크로 나타납니다.

저는 저 파워링크들 중 한 상점을 이용하였습니다.

여러 준비물들을 나름의 리스트를 작성하였고 한 곳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한번에 주문하였습니다..


입대준비물로 거론되는 것들은 많이 있었고

많은 선배 공중보건의사 혹은 군의관 분들께서 인터넷에, 커뮤니티 게시판에 많이 올려주셨습니다.

해가 갈수록 훈련소의 트렌드는 조금씩 바뀌는 것 같고

훈련소 내에서 어느 연대 혹은 중대에 편성되느냐에 따라서도 분위기는 다른 것 같습니다.


1년 먼저 공중보건의사로 입대한 친한 동생 녀석이 알려줍니다.

"형, 음. 학생때 갔던 농활 기억나? 훈련은 모르겠고 생활의 불편함은 4주짜리 농활 느낌이야."

그 녀석은 학생때 농활이 그렇게 기억되나 봅니다.


어쨌든 생활은 그정도라는 생각이 드니 이제 저에게 맞게 준비물을 추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각자의 개인취향은 다르고 사회에서는 생활에 대한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지내지만

군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생활에 대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훈련소에 입소한 모든 훈련병들이 다 같은 조건에서 같이 단체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입대 준비물이란건 그것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다녀와본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사실 별로 안가져가도 무방합니다.

(제가 좀 둔하고 별로 까다롭지 않고 막굴려도 잘 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필자가 훈련소 입대에 관련된 글들을 읽고 필자 나름대로 추려서 꾸린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보호장구 : 무릎/팔꿈치 보호대, 3M 귀마개

무릅/팔꿈치 보호대를 가져오지 않은 분대원(연대/중대/소대/분대 개념은 추후 설명드리겠습니다.)은 딱 한 명 이었습니다.

그나마 구입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챙겨놓고 깜빡하고 놓고 온 경우였습니다.

보호대는 다른 훈련할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오로지 '각개전투' 3일동안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각개 전투는 땅에 기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고 뛰어가다가 갑자기 엎어지기도 하고 

온몸을 불사르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템 같습니다.

무릅/팔꿈치 보호대를 가져오지 않은 분대원은 여분의 깔판을 잘라서 

플라스터(테이프)로 돌돌감아서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귀마개는 취침시 주변의 코골이 소음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장구 입니다.

비슷한 귀마개를 사격전 개인물품 지급때 보급해주지만 

그때까지 밤잠을 설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보급용 귀마개는 뭔가 밀도가 떨어지는 저질 느낌입니다.

본인이 코를 골지 않는다면 본인꺼 1쌍을 준비하시고

본인이 코를 고신다면 본인꺼와 양옆 분대원에게 나눠줄 1개씩까지 총 3쌍을 준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총 3쌍을 준비해가서 훈련소 입소 첫날 양옆 분대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다가 빠져서 분실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여분 1~2쌍 정도 준비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잃어버리면 본인이 쓰면 되고 남으면 주변에 나눔하시면 됩니다. 


2. 미용용품 : 썬크림(블럭), 핸드크림, 보습로션

미용용품은 따로 사진설명이 필요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입대하는 늦겨울~초봄 시즌은 비가 잘 안와서 매일 햇빛이 쨍쨍했기 때문에 썬크림을 매일 발랐지만

훈련소 퇴소시 까매진 피부는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자외선으로부터 매일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기왕이면 SPF 50+ / PA +++ 정도의 스포츠용 썬크림을 추천드립니다. 기호에 따라 Waterproof도 괜찮습니다. 

뭐든 갖고가시되 큰 것은 갖고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핸드크림 평소에 거의 안발라 봤는데  훈련소에서 아침저녁으로 핸드크림 썼습니다.

훈련소 내무반은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간이 가습기(라고 하기엔 세숫대야에 수건 걸어놓은거)가 있고

수류탄, 사격, 각개, 행군으로 이어지는 훈련을 받다보면 산의 모래를 손에 안묻힐수가 없는데

얼마나 건조했던지 모래가 닿았던 손은 매우 건조해져서 손이 갈라지고 껍질이 일어납니다.

핸드크림이 이렇게 유용한건지 처음 깨달았던 순간입니다.


보습로션은 개인이 사용하시는것을 그대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저는 바르기 유용한 제품으로 가져가려고 일부러 스킨+로션을 하나로 된 제품으로 챙겼지만

분대원 중 한 명은 모 회사제품 풀셋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순서대로 다 바르고 피부관리도 잘 하더군요ㅎㅎ 

보통은 스킨 한 개 로션 한개, 이렇게 가져오는 듯 했습니다.


3. 세면 및 청결도구 : 샴푸, 바디워시, 세면비누(작은거), 여분수건 2개, 샤워타올, 면봉, 샤워도구 주머니


샴푸는 보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작은거 하나 챙겨가면 4주내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디워시와 세면비누를 챙겨갔지만 저는 쓰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비누로 샤워를 하는터라;)

보급해준 비누로 얼굴도 씻고 몸도 씻고 한달내내 잘 사용하고 마지막 날 두고 나왔습니다.

친절하게 비누만 보급해주는것이 아니라 비누곽까지 보급 해줍니다.



수건의 경우 보급품으로 위 사진에 있는 연두색 수건을 2개 지급해주는데

여분의 집에서 사용하던 사제 수건을 튀지 않는 색깔로 2개 준비해갔는데

저의 경우, 여분수건은 사용하지 않았고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내무반에는 본인의 관물대(사물함)위에 수건을 걸어서 말릴 수 있도록 철사가 매어져 있었고

매일 그곳에 수건을 말려 2~3번 썼기 때문에 충분했던것 같습니다.


추정컨대, 위 사진에 있는 연두색 혹은 파란색 중에 보급이 되는것 같습니다. (올해는 연두색)

인터넷 군입대 준비물 샵에 판매하기 대문에 혹 여분의 수건을 가져가실 분들중

사제수건 쓰는거 걸리는게 걱정이신 분들은 저 제품으로 구입해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신 분들은 그냥 사제수건 1~2개 준비해가시면 좋습니다.


샤워타올은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샤워시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굳이 새 걸 사갖고 가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면봉은 본인의 청결보다는 역시 총기 손질시 총기의 청결에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충분히 챙겨가서 주변에도 나눔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100개 들이 2묶음 가져갔는데 주변에 나누어주고 저도 잘쓰고 다 쓰고 나왔습니다.


샤워도구 주머니도 방수용으로 평소 사용하던 수영복 주머니를 가져갔는데 

보급품에서 보급해주었기 때문에 제것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3. 생활복지용품 : 포카리분말, 커피믹스(카누), 생수병(500mL정도)


야외 훈련시 수분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늘 생수(스파클) 500mL를 보급해줍니다.

생수는 항상 군용 수통에 채우게 되어 있는데 이 때 포카리분말을 몰래 같이 타면 이온음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1봉으로 1L를 만들수 있으니 옆에 있는 동기와 나누어 타면 좋습니다. 나눠주는 인심.

진짜 필요할때만 쓰려고 5봉 준비해갔는데 사실 이온음료 별로 생각나지도 않았고

마지막에 훈련소 나올때 짐 줄이려고 소비하기 시작하여 행군과 각개전투때 유용하게 소비하였습니다.

주변에도 2봉 나눔하였고 저는 하루에 한봉씩 3번반 사용하였던것 같습니다.

포카리 분말을 챙겨오는 분대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커피믹스는 다른 블로그를 보고 저도 챙겨갔는데 역시 신의 한 수 였습니다.

프림이 들어간 맥심 등등의 커피도 좋고 아메리카노 만들수 있는 여러 믹스들도 좋습니다.

식사 후 양치전 가질 수 있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참 행복했습니다.

이 사진이 연상되는 커피로 저는 가져갔지만 어느 제품이든 중요치 않습니다.

저의 경우 주변에 충분히 나눔하고 나중에 약간 모자랐지만 우수 분대원으로 선정되어

PX를 이용할 수 있었고 그때 좀 더 구입해서 저도 마시고 분대원들과 나눔 하였습니다.


생수병은 물을 미리 받아놓고 마실 수 있어서 장점이 있습니다. 사제 물통을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취침전 미리 물을 받아놓고 목이 건조할때마다 물을 마시면 감기도 예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생수병은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4. 군보급품 보조 용품 : 군화끈 조임이, 깔창, 손목시계, 펜라이트



훈련소 생활엔 환복(생활복에서 전투복으로 혹은 전투복에서 생활복으로 옷 갈아 입기)이 중요한데

군화끈 조임이는 환복시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준비합니다.

저는 망가지거나 동기들 나눔을 고려하여 두 셋트 가져갔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혹은 작년부터 신형 전투화가 보급되는것 같은데 끈 매고 묶는게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군화끈 조임이 없어도 쭉 땡기면 조여지고 쭉 밀면 풀려집니다. 


깔창도 준비해갔지만 역시 신형전투화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깔창을 준비해온 다른 분대원은 깔창 사용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발이 좀 편했다고 하였습니다.

훈련을 받다보면 훈련 받는 것 자체 보다는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힘든데

확실히 이동거리가 엄청나서 오래 걸으시는게 힘든 분이라면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훈련소 생활에서 시계는 필수템입니다.

기간병인 분대장들이 훈련병들을 통제할때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당직 책상 시계 기준으로 1분대는 17시 30분까지, 2분대는 40분까지 식사집합 합니다." 라는 식의 시간 통제를 합니다.

손목시계가 없으면 일일이 누구에게 시간을 물어보기도 곤란하고

자기가 시간을 조절해서 사용하기도 난감합니다.

기존에 사용하시던 전자시계가 있다면 굳이 싼 새 걸 준비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1년 먼저 공보의 간 친한 동생이 "쥐슉" 시계를 선물해줘서

차고가서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펜라이트는 밤에 편이쓸때 유용하다고

볼펜에 라이트가 달린 제품을 많이들 갖고 왔지만

낮에도 시간이 많아 굳이 밤에 편지를 써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작은 손전등 하나 있으면 불이 꺼진 취침시간 불침번을 위해 환복할때도 유용하고

여러보로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5. 기타용품 : 세탁망, 네임펜, 물티슈, 큰 가방, 약간 현금, 신용카드, 여분 안경, 여분 속옷, 여분 양말

세탁망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보급품으로 줬기 때문에 가져간걸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세탁물품을 세탁망에 담아 한번에 돌리면 잃어버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네임펜은 보급품과 제가 가져온 물건들 잃어버리지 않도록 여기저기 이름과 번호를 쓰는데 사용했고

물티슈는 많이가져갈 수록 좋습니다. 큰거 작은거 섞어서 가져가서 청소할때도 쓰고 X닦을때도 쓰고

군화 닦을때도 쓰고 요매조매 쓰임새가 많습니다. 물티슈 정말 짱입니다. 남으면 나눔도 합니다.


큰 가방은 입영통지서에도 적혀있는 필수 준비물입니다.

입영통지서에 훈련소 퇴소시 전투복(예비군복)과 전투화를 담아갈 수 있는 큰 가방을 준비해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훈련소 입소시에 큰 가방에 각종 필요한 물품을 담아서 가져갑니다. ㅋㅋㅋㅋㅋㅋ

캐리어를 갖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약간 현금 - 전혀 필요없었습니다. 입소시 걷어가서 퇴소시에 다 돌려주었습니다.

여분 안경 - 파손을 걱정하여 챙겨갔습니다. 여분의 안경을 준비하는 것보다 교정시력을 맞춰가는것이 사격에 도움이 됩니다.


여분 속옷과 양말의 경우 군대에서 보급해주는 속옷이 생면팬티에 생면 난닝구(?)를 3세트 보급해주는데

평소 제가 입던 속옷과 다른데다 땀에 쉽게 쩔어서 불편했습니다.

여분으로 3개쯤 챙겨갔던 속옷은 유용했습니다. 사제 팬티 입는다소 뭐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벗겨보진 않으니.

양말의 경우에도 잘 안신는 등산양말 한 두 켤레 챙겨가셔서 실내 생활때 쓰면 

훈련 마치고 땀에 쩔은 양말 계속 신고 있지 않아도 되니 좋았던것 같습니다. 


6. 챙겨가지 않아서 아쉬웠던 물품 : 액체구두약


어떤 훈련이든간에 야외 활동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들어가기전엔 구두를 깨끗이 닦는 것을 주문하였고

하나하나 닦은 것을 확인하고 입장시켜줬는데 물티슈로 닦는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물티슈로 닦는걸로는 아무리 닦아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구두약으로 까맣게 색칠(?)을 하고 나서야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구두약과 구두솔은 개인당 1개씩 지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눠써야하고

누군가는 야외 활동을 나갈때 마다 챙겨나가야 해서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액체구두약을 챙겨온 이는 슥슥 닦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는데

힘들게 야외활동 다녀와 힘든 몸으로 얼른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슥슥 닦고 얼른 들어가는 분대원들이 참 부러웠습니다.ㅎㅎ


그러나 어디까지 엄청 편할 수 있었던걸 좀 덜 편했다는 것이지

없어허 힘들었다는것은 아닙니다.


와이프가 말했던 것 처럼

"남들 다가는 군대 나이먹고 가면서 유난스럽게 입대 준비물 따위가 뭐가 필요하냐고."

"현역병 다녀오는 젊은 애들이 보고 욕한다!!" 는 결국 거짓이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포스팅해야 집이 조용합니다.)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은

곧 입대를 앞두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입대 준비물 준비 잘하시고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부족하지 않게 준비하시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훈련 잘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 재야의 고수를 꿈꾸다.

cochlear84.

2017.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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