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료칸 유신테이(遊心亭)


인생 처음으로 묵는 료칸인데 

뭔가 가장 일본스러운 곳에서 묵고 싶었습니다.

어떤 곳이 좋을까.


일본의 옛날 시골스러운 분위기. 현대식 건물이 아닌 곳,

하코네에 옛날부터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

방에는 낡은 일본 전자회사의 TV가 있었으면 좋겠고,

할머니가 쓰던 낡은 화장대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응접실에 놓일 만한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곳.

그러면서 온천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노천탕도 있으면 좋겠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노천탕에 앉아

머리속의 모든 생각을 비우고 멍 때리고 싶은 곳.

하지만 비싸지 않은곳.


하코네 여행의 시작과 끝이라는 하코네 유모토에서 숙소를 잡고 싶었습니다.

하코네에 일찍 들어가 한 바퀴 돌고 나서 료칸에 돌아와

여독을 풀며 따뜻하게 온천을 하고

카이세키 만찬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


혹은 하코네에 느지막이 들어와 바로 료칸에 짐을 풀고

따뜻한 온천을 하며 휴식한 뒤

카이세키 만찬을 즐기고 푹~ 잠들었다가

다음날 일찍부터 남들보다 한박자 먼저 가벼운 마음으로 하코네를 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적당한 료칸을 예약합니다.

위의 조건들을 많이 만족하는 그런 곳입니다.

하코네 유모토에 위치한 유신테이(遊心亭).

한국 한자읽기로 유심정이라. 

노는 마음의 정자 느낌이네요. 휴식의 이미지 입니다.


하코네 유모토에서 거리는 이 정도, 

걸어서 하코네 유모토를 주변을 구경하며 Haya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될 것 같습니다.

하코네유모토 주변을 순환하는 마을버스(100엔버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유신테이 입구.

전통스러운 모습. 

입구는 리모델링을 한 것 같네요.



스탠다드룸 객실 전경 입니다.

실제로 필자가 묵었던 방과 같은 방입니다.

테이블도, TV도, 화장대도,

응접실의 테이블과 의자도 모두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딱 시골 할머니집 느낌 입니다.


너무 옛날 집 같은 느낌이 싫으시면

이런 느낌의 화양실도 있습니다.


화양실에는 객실마다 개별 온천 시설이 있어 작은 욕조가 있고



이렇게 다다미 공간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료칸을 예약할때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조 - 조는 방에 깔려진 다다미의 개수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인 2명이 쓰는 방의 다다미는 기본 6~8조의 방입니다.

화실 - 다다미 방 (일본식 바닥)

양실 - 서구식 침대방

화양실 - 다다미방 혹은 바닥 난방이 되는 방 + 침대

후타마 - 방안에 미닫이 문이 있어서 서로 나눠진 것을 의미 합니다. 



그리고 료칸은 1객실에 2인 투숙이 기본이며

1객실에 3인이 묵더라도 1인에 대한 숙박차지를 모두 지불하셔야 합니다.

대개의 호텔에서 1인이 엑스트라로 추가투숙하는 경우 

일부의 요금만 추가로 지불하면 되지만

료칸은 그렇지 않습니다.

카이세키가 숙박요금의 Main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인에 40000엔짜리 객실에서 1명 엑스트라로 3인이 묵는다면

객실료는 60000엔이 됩니다.


필자는 오후 느즈막이 하코네에 들어와

료칸에서 휴식을 먼저 취하기로 합니다.

어차피 하코네 프리패스는 2일권이니,

하코네는 내일 일찍부터 돌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방을 안내 받고

다다이방 내부에 상에 준비된 차를 마시면서

설명을 듣습니다.

모두 일본어로 진행이 됩니다.

(할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십니다.)


그래도 다 소통이 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어 단어도 들리고

번역기 어플도 있으니까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천에서 한 시간쯤.

편안하게 온천을 합니다.

온천은 투숙객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디럭스 룸 고객들도 대중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들은 룸 안에 같이 있는 개인 탕을 이용하는듯 하고

스탠다드 룸 고객들 뿐이라 온천 하는 시간이 겹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노천탕이 있는 넓은 온천을 혼자서 사용합니다..

(이 분이 참 좋았습니다. 혼자서 노천탕에 앉아 한 시간이 넘게 멍때리고 있었지요.)


방에 돌아오고 7시부터 카이세키 타임입니다.

할머니께서 빈 다마미 객실로 안내해주십니다.

분명히 제가 예약하고 유신테이가 만실이었는데,

빈 다다이방 객실이 있습니다.

카이세키를 셋업해주기 위해 일부 객실을 비워두는듯 했습니다.

  

필자가 유신테이에서 먹었던 카이세키 사진 일부를 공개 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알찬 식사였던것 같습니다.


사시미 입니다.


정갈한 계란 요리.


생선 수프 느낌인데 제 입맛엔 별로 였습니다.



저녁상은 총 3차까지 있습니다.

1차상 초반부가 들어오는 모습

사케를 시키면 1차상에서 함께 줍니다.


사케를 마시겠다고 하였고

하코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사케를 추천해주었습니다.

하코네의 장미라.

그만큼 부드러운 사케였습니다.


저녁 카이세키 2차상입니다.

2차상에서 밥과 미소시루가 함께 나옵니다.

3차상은 과일 및 디저트인데 사진을 찍기도 전에 다 먹었네요.


황송할 정도로 친절하신 할머니가 무겁게 음식을 담아와서는

개인 상에 음식을 하나하나 셋팅해주면서 설명을 해줍니다.

물론, 일본어 입니다.

아는 영어단어를 섞어서 일본어 문장을 구사해줍니다.


훌륭한 카이세키 대접을 받고

방으로 돌아옵니다.

이부자리가 셋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잠들기가 아쉽습니다.

창문을 열고 가로등 별빛이 들어오는 밖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빠졌다가 잠에 듭니다.



다음날 아침에 먹었던 아침상.


아침식사 전에 한 번 더 온천을 하면서 몸을 풀어주고

아침식사 후 체크아웃 합니다.

체크아웃 할 때 짐 이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짐은 별도로 하코네유모토역 짐 보관센터로 보내줍니다.

빈 몸으로 하코네를 한바퀴 구경하고

오후 1시 이후 신주쿠로 돌아갈때 

하코네유모토역 짐 보관센터에서 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용은 1000엔.


世話になっておりました

(잘 묵고 갑니다.)



하코네 료칸 유신테이(遊心亭).

영어를 못하는 일본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황송할 정도의 친절로 손님을 모시는 곳

그리고 시골 할머니 집에서 푹 쉬다 올 수 있는 느낌의 료칸 입니다.


10년만에 다시 찾은 하코네의 또 다른 여행이었습니다. 



# 재야의 고수를 꿈꾸다.

cochlear84.

2018.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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