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하나씩. 


오늘은 전세를 구하면서 있었던 episode 몇가지를 풀어봅니다. 


집을 구하면서 많은 부분을 꼼꼼히 체크했기에 정작 좋은 매물은 드물었습니다.

[집 구할때 체크 해야 할 것들]

http://cochlear84.tistory.com/6



서울이 아닌 지방의 농촌지역이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Episode 1. "전월세 있어요. 5000만원에 월세 30이에요."


작은 도시라 그런지 부동산에 의존하지 않고 입소문과 지인, 그리고 생활정보지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직접 하는 매물이 많았습니다.

지역 온라인 까페에도 많은 매물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이곳이다!" 싶었던 집이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10층. 탁 트인 전망. 보이는 건물들은 다 4~5층 높이의 빌라와 상가건물들 뿐.  저 멀리 화왕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집.

동향집이라는 단점을 그냥 불식 시킬 수 있는 좋은 집이었습니다.

집 주인은 전월세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요구하였습니다.


월세 30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1억의 대출을 얻고 매달 이자로 30만원을 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실제로 1억 5천에 전세를 얻는것과 같습니다.

이 것을 미리 계산하였던 저는 월세 계약을 하지말고 전세 계약을 하자고 하면서 

전세보증금 1억 2천만원을 제시하였습니다. 

주변 빌라 및 아파트들을 많이 돌아보면서 시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습니다. 


집주인은 수락을 하면서 한마디를 합니다.

"그건 괜찮은데 우리가 나중에 이 집을 담보로 마이너스 통장을 낼 예정인데 뭐 그것만 괜찮다면 그렇게 하겠다."

집을 계약하고 확정일자를 받고 난 뒤에 집 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낸다면

근저당에 대한 우선권이 금융기관이 아니라 세입자에게 있기 때문에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확정일자에 대한 포스팅은 전세보증보험, 전세권 설정과 함께 추후에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기분 좋게 가까운 시일 내에 계약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해당 주소지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조회 합니다.

집 주인은 아파트를 1억6천만원에 구입하였고 이미 집을 담보로 1억 4천만원에 가까운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집주인의 거짓말이 드러납니다. 

"집을 담보로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낼 예정"이 아니라 "이미 냈던 것"입니다.

시중은행은 대출금액의 130%를 근저당으로 잡으니 약 1억원의 금액을 대출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집 가격이 1억 6천만원이고 근저당 설정을 올림으로 잡아 1억 4천으로 생각하면 근저당 설정이 있으니

그대로는 전세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집 주인에게 다시 전화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조회해보니 근저당 설정이 이미 있더라.

근저당 설정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전세계약서로 확정일자를 받길 원하고

근저당 설정을 위해 전세금을 미리 주길 원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 뒤에 다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것에 대해서는 괜찮다.


집 주인은 5월말부터 개정되는 법을 얘기하며

지금 갖고 있는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상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 무슨 얘긴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저당 설정을 풀어줄 수 없다고 하였으며

원래 계약으로 제시하였던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전월세 계약을 하자고 합니다.


집주인은 1억 6천만원짜리 집을 가지면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의 대출을 받고 

세입자에게 5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받고

매달 30만원의 월세를 받아 은행 이자를 충당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억 6천의 집을 소유하면서 동시에 1억 5천의 자금을 이자 없이 가용하겠다는 속내입니다.

게다가 제가 계약할때까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집이 이미 저당잡힌줄도 모른채 1억 2천만의 전세금을 줄 뻔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집 주인은 1억 6천만원의 집으로 

대출 1억 + 전세보증금 1억2천을 합한 2억 2천만원을 이미 가용하기 때문에

집을 일부러 부도낼 수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생각해보니 집주인이 괘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집이 마음에 들어 백번 양보하는 마음으로 월세금은 그대로 두고 

전세보증금을 깎으려고 고려한 결과, 2000만원 이상은 도저히 전세보증금으로 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상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최우선 변제를 통해서도, 확정일자를 통해서도 보호받을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해당 집은 공시지가 집값이 매년 하락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원래 집주인이 500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 하였고 저는 그 집이 마음에 들었기에

전세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우선 제시하였습니다.


집주인은 상의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으나 연락이 없었습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 소중한 나의 전세금은 보호받아야 하고 악조건의 계약은 안하면 그만입니다.


등기부등본 열람 및 출력에 건당 1000원 입니다. 

괜찮은 집을 보았다면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필수적인 요소 입니다.



Episode 2. "그냥 사시면 9천만원, 도배하면 1억 입니다."


제가 집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소개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지인의 소개로 지어진지 10년된 아파트 전세 매물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집 주인이 첫 입주할때 부터 10년간 살았고 집주인은 현재 다른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한 상태였으며 

그 사이 6개월 정도 빈 집 상태였습니다.

10년간 사람의 손을 탄 아파트인지라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도배가 뜯긴 곳은 없었지만 벽지 전체가 누렇게 변색이 되거나 스위치 주변이 어둡게 변색되어 있습니다.

바닥은 강화마루는 아니지만 마루 바닥이었고 얼룩덜룩 합니다.

부엌의 싱크대와 발코니 등등 여기저기에도 10년의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있습니다.


집주인의 계약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모델링 해서 전세 놓을바엔 이 상태로 매매 할 생각이다.

전세로 들어온다면 바닥은 교체해주기 어렵고 도배는 새로 해줄 수 있다. 

도배를 하기 원하면 전세금 1억. 그냥 이대로 들어오신다고 하면 전세금 9천만원을 원한다.


전세 매물이 워낙 적었던 터라 고민을 하였습니다.

천만원에 대한 이자는 대략 월 3만원 입니다.

2년 계약으로 생각했을때 72만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72만원의 기회비용으로 그냥 내가 도배를 하고 들어올까 생각도 하였지만

천만원을 보증금으로 더 주고 도배를 받는 것이 더 맘 편하겠다고 생각하여

계약을 하게되면 도배를 받고 1억원에 계약을 하는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 흔적은 도배만으로 지워지기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얼룩덜룩한 마룻바닥과 거실 벽면 아트월에 뚫린 구멍, 싱크대와 화장실 상태 등을 고려하면

1억 내외로 전세를 얻을 수 있었던 주변의 신축 빌라와 비교하였을때

차라리 신축빌라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안으로 생각한 빌라가 썩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우선은 계약을 포기하였습니다.



집은 마음에 드는 곳으로 해야 살면서 마음에 걸리지 않을 것 같고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하여 소중한 내 보증금 보호받을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재야의 고수를 꿈꾸다.

cochlear84.

2017.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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